옆집
헝가리 거주증, 블루카드, 생각보다 길어질 싸움... (2024년 이민법 개정 이후 버전) 본문
나는 현재 EU 블루카드로 헝가리에 체류 중이다. 이 카드는 2024년부터 전면 개정된 이민법 발효 이전에 신청해서 받은 것이라, 매우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4년까지 받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어처구니 없는 기간 오입력으로 고작 1년짜리를 받았다는 데에 있다.
3월 이민국 업무가 재개되면서 아무래도 작금의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3월 중순 EU 블루카드 신청에 들어갔으나 신청 후 한 달 반이 지난 오늘, 거주증 발급을 거절한다는 레터를 받고 이 글을 쓴다. 이 블로그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록용으로, 또 나처럼 마음 고생 심하게 하고 있다가 검색에 검색을 거쳐 들어오셨을 헝가리 한인들을 위하여...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내가 운이 나빠 이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식으로 거절 당하는 케이스가 들려오는 소문만 해도 어마무시하게 많고, 또 실제로 내가 결정문을 받고 아홉 페이지나 되는 긴긴 거절의 말을 읽어보니, 확실히 지금 헝가리 이민국의 의도는 "외국인 채용하지 마!!"임을 알 수 있었다.
긴 편지를 읽은 결과 정리해 본다. 요지는 "이 FEOR 코드에 왜 '고급인력' '한국인'을 굳이 써야 하는데?" 였다.
최대한 누가 봐도 알아보기 쉽게.. 써보겠지만.. 나도 당황스러워 그냥 주절주절 적는 거라 자신이 없다.
2023년까지 존재하던 Work permit은 사라졌다.
현재 헝가리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는 거주증 타입은 아래와 같다.
- EU Blue Card (유럽연합국에서 고급인력(대학졸업자, 상위연봉, 경력 5년 이상)을 위해 만든 카드로 최대 4년, 이후 연장 가능, 가족동반 가능)
- Guest workers (비숙련노동자, 3년이 최대, 연장 불가, 영주권 신청 기준 되는 기간에 포함 안 됨, 가족 동반 불가)
- Intra-corporate transfer (주재원 전용)
이렇기 때문에 현지 법인 소속인 사람들은 사실상 선택지가 EU 블루카드와 Guest worker 밖에는 없다. 물론 연장도 안 되고, 3년 일하고 나가야 하는 데다가, 가족 동반도 불가하며, 영주권 거주연수 카운팅도 안 되는 후자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헝가리에서 계속 살 생각보다는, 언젠가는 독일 등 서유럽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블루카드를 욕심 냈던 것인데, 어이없는 실수로 1년밖에 못 받은 게 분기탱천할 일이다.
2024년부터 FEOR와 전공이 매우 중요해졌다.
FEOR는 헝가리 통계청에서 발행한 공식 "직종" 코드로, Standard Classification of Occupations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 FEOR 코드를 그냥 아무거나 선택해서 막 올려도 통과했던 기존의 work permit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2023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나는 법학을 전공했고 회계를 하고 있다. 지금 헝가리 한인들 사이에 블루카드는 전공과 직무가 반드시 일치하여야 가능하다는 루머가 도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기도 하다. 왜냐면 내 거절 레터의 주요 내용은, "이 직무는 헝가리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건데 왜 굳이 한국인이면서 4년제 대학 졸업한 고급인력을 뽑아야 하냐" 였기 때문이다.
경력 증명서는 내지도 않았는데 OFFI라는 귀찮은 번역 공증이 있기 때문이고, 사실 안 내도 잘만 됐었기에 준비할 생각도 안 했었다. 나에겐 서류 보충할 여지조차 주지 않고 이렇게 컷해버린 것을 보니 내가 정말 또 운이 나쁘거나 아니면 FEOR 코드를 매우 잘못 선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해 볼 시도
FEOR 내용을 고심하여 읽어본 후, 일반 레벨 직원은 고급 인력이 필요 없는 직업이라고 결정문에 못 박았으니, 대분류 1, Leaders에 들어가는 코드를 선택하여 다시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미 준비해둔 서류가 있기에 생각보다 금방 할 것 같다.
또한 이번엔 회사에서 노동청에 제출하는 고용허가에서부터 철저하게, 내가 필요할 수밖에 없게끔 법학 전공한 사람을 선호하며,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EU Blue Card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장황하게 comment를 적어 제출했다.
또, 우리 회사 다른 분도 어문계열이 왜 이 직무를 하냐며 증거 제출하라 할 때 (그래도 이분은 바로 리젝되진 않았다) 회사 대표해서 썼던 호소문 실력을 발휘해.. 날 위한 소설을 써두었다. 아예 엔터헝가리에서 제출할 때 추가서류로 내버릴 생각이다.
OFFI에 기존 회사의 경력증명서 번역도 맡겨두었다. 이 또한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정 떨어지는 게 사실
이도 저도 필요없고 그냥 지금 이 순간 솔직히 XX 짜증나는데, 어떻게 해서든 허가를 안 주려는 것이 느껴져서다. 이민법 개정안 서문에 "헝가리는 헝가리인의 것이며, 헝가리 일자리는 헝가리 국민을 위해 보장되어야 한다." 라는 내용이 떡하니 써있을 때부터 불안했지만, 실제로 10페이지가 넘는 장황한 글 속에 굵은 글씨로 "이 FEOR에 한국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음", "이 FEOR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임", "왜 굳이 한국인이 필요한지 모르겠음", "니 전공은 회계도 아니잖아" 등등의 내용이 속속들이 박혀있는 것을 보니... 기운도 빠지고 더 떨어질 게 없는 줄 알았던 정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디테일한 확인을 하기 전부터도, 집주인이랑 계약 연장한 증거가 어딨냐는 둥, 1년치 연말정산한 서류를 냈는데도 최근 6개월 급여명세서를 내라는 둥 추가 서류 요청이 있었고 이때부터 불안하긴 했었다.
좋은 점은, 진행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짧게는 2개월에서 6개월까지도 걸리던 거주증 결정문이 이젠 이렇게 두 달도 안 돼서 나온다. 무조건 잘라버리려니 쉬운가봐, 그치?
개정 법안 직후 일시적인 겁주기일까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제발 초반에 엄격한 척 쇼하는 것으로 그치기를 바라고 있지만.. 회사들은 주재원 (이 거주증도 잘 내줄지는 미지수) 아닌 현지채용을 진행할 거라면 정말 잘 생각해야할 것 같다. 법인세가 9%로 매우 낮은 세율을 자랑하고 있고, 회사 설립이 비교적 쉬운데다 물가가 저렴하고 땅이 넓어 한국회사 포함 많은 외국계 법인들이 들어와 있지만.. 이대로라면 과연 헝가리 내에 직원 유지할 회사가 있을지.
내 개인적 신변도 신변이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나같은 케이스가 처음이 아니기에, 여차하면 지사를 다른 나라로 옮길 고려도 슬슬 하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니..
개정 이후 3월 최초 신청 건들에 대한 결정이 이제 막 들어오는 중이고 전년과 너무 다른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어서 모든 회사와 변호사, 에이전트가 이런 사태에 대해 경험치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고. 이민국과 노동청에서 원하는 방향이 뭔지 여러 케이스를 접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다가 내가 진짜 거주증 대행업체 차리는 거 아닌가 몰라.
그리고 혹시라도 헝가리.......... 채용 됐는데 혹은 면접 진행중인데 아직 헝가리 입국 안 하신 한국분이 이걸 읽으신다면... 지금은 들어오지 마세요.... 몇 달이라도 지켜보다가 오세요, 제발....
그리고 헝가리 계신 한인분들게..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으니 여기 비밀댓글이라도 남겨 주시면 최대한 아는 선에서, 시간이 되는 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혼자 고생하시는 거 아니니 너무 속상해 마세요..
엔터 헝가리? 엑시트 헝가리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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