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헝가리 고속도로에서 경찰에게 걸리다 (헝가리 범칙금) 본문
일이 있어 공항에 다녀오던 길에 엄마한테서 카톡이 왔다.
백 번 천 번 내 잘못이다. 엄마한테 요즘 연락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내용이라도 대충 보고 싶어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옆에 경찰차가 쓱 지나가더니 계속 내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빨강 파랑 램프 가운데 'Kövessen' 이라는 단어가 빨간 글씨로 번쩍번쩍 하고, 방향등으로 갓길을 가리키길래 우선 따라가 보았다. 난 저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따라오시오' 라는 말이라고.
경찰차가 세우는대로 뒤에 차를 대면서 나는 그때까지도 경찰관이 "너 왜 나 따라왔니?" 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상상을 해보았으나.. 핸드폰을 봤기 때문에 벌금을 내야한다고 한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거 꺼내고 저거 꺼내고 난리를 치다가 상관인듯한 남자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다가와 "운전중 핸드폰은 헝가리에서 아주 큰 문제야" 라고 했다.
나는 아직 거주증 발급이 진행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것 때문에 기록이 남나, 거주증 발급 못하게 되는 건가, 눈앞이 아득해져서 "큰 문제??? 얼마나 큰 문제???" 라고 되물으며 패닉에 빠져 헛소릴 해대니까 결국 웃으면서 "아니 사실 작은 문제야. 벌금 내면 끝이야." 라고 한다.
날이 오늘 유독 추웠는데 손도 떨리고 마음도 떨리고. 돈이야 바로 내는 게 나도 마음 편하니 카드로 내고 싶다고 했다. 벌금이 엄청 저렴해서 놀랐다. 10,000포린트. 그런데 카드기가 먹통이 되면서 멈춰버리고..
이런 종이를 받았다.
무슨 법규를 위반했으며, 어떤 행동을 해서 위반한 건지, 내이름/엄마이름/생년월일/주소/여권번호 등등 적혀있고, 돈을 낼 수 있는 지로 용지도 받았다.
계좌이체 정보가 적혀있길래, 우리나라처럼 무통장입금 이런 시스템이 잘 되어있을 것 같지가 않아 "내가 돈 내면 너네 어떻게 아는데?" (직업병..) 재차 물어보며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다 하니까 웃으면서 제발 진정하란다. 니 이름으로 입금이 되니까 찾을 수 있다고.
위에 적혀있던 고유번호를 혹시 몰라 레퍼런스로 적어서 바로 이체를 했고, 회사에 와서는 입 꾹 다물었다. 가끔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깜빡하고 안 들고 나와 다시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귀찮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일을 겪고보니 더더욱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여권 잘 챙겨야겠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첫 헝가리 범칙금을 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는 운전 중에 핸드폰 보지 말아야지. 시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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