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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112 (20250616-2025062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112 (20250616-20250622)

여해® 2025. 6.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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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6. 월요일
에쉬본, 맑음

덥다. 집이 단열이 잘 되는데도 37도 더위 이후, 비가 와도 식지 않고 여운이 길다.

7월에 휴가를 냈다. 아마 여행지는 프랑스, 룩셈부르크. 아니면 그리스도 좋고.

점심에 바첸하우스에 갔다. 입사 첫날엔 여기서 간짜장을 먹었는데. 벌써 한달 반이 지나다니 감회가 새롭다. 오늘은 중화냉면을 먹었다. 면은 떡이 지고 국물이 맛있었다. 와인 학교 다닌 얘길 미쳤다고 왜 했는지 이제 먹는 입도 터지고 말하는 입도 터졌나보다.

출장 경비 업무가 성가셔 죽겠다. 진짜 민원처리실. 하… 앞으로 정말 존경해야지. 이래저래 정신 팔려서 하려던 업무의 반밖에 못 끝내고 퇴근했다. 가구를 샀다. 15만원이나 하는 배송비가 아까워 웬만하면 다 한 번에 사려는데 뭐 조금만 하면 200이 훌쩍 넘으니… 점점 그냥 여기 눌러앉아 살 일만 남았다 싶고 그렇다.

퇴근길에 조장님이 알려준 길로 우회해 걸어왔다. 그놈의 무시무시한 무단횡단 도로 때문인데, 오히려 숲 사이를 걸어가니 운치도 있고, 딱히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닌지라 다행이다. 잘 됐다.

오랜만에 걸으니 기운이 나서 내친 김에 집에 있던 쓰레기를 모두 갖다 버리고, 리들에 가서 브리타를 샀다.

저녁에 독일어 인강을 들었다.



2025.06.17. 화요일
에쉬본, 맑음

건강하게 먹고 살려고 했는데 점심에 맥도날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워크샵으로 이틀이나 버렸고 난 아직도 자료를 어디서 찾는지 헤매기 때문에.. 야근했다. 퇴근길 우회도로. 풍경이나 그늘이 나쁘지 않다. 야근으로 기운이 빠져서인가, 어쩐지 울적해서 천천히 걸었다.

저녁에 독일어 인강을 들었다. 잡생각이 사라지지 않아 두 개를 연달아 들었다.


2025.06.18. 수요일
에쉬본, 맑음

원래 내일 뵙기로 한 분이 갑자기 스케줄 근무가 바뀌었다해서 오늘 시내에 나갔다. 예전에 독일 출장 와있는 동안 무용 수업 한 번 들으러 갔다가 서로 웃겨서 하루만에 친해지고 또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저번에 부다페스트 오셨을 땐 내가 아파서 못 나갔고, 이번엔 드디어 만났다. 재미있었다.

dm에서 청소용품 추천을 받아 샀다. 목욕하면서 독일어 인강을 들었다.


2025.06.19. 목요일
에쉬본, 맑음

새벽 두 시에 깨서 덜덜 떨면서 잠들었다. 울적한 기분이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더니만 다시 깨보니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휴가 계획 세우는 데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세탁기가 그새 가득 차서 한 번 돌리고, 빨래도 개서 옷장에 넣고, 엄마와 오랜만에 통화했다.

회사에는 오전에 잠시 다녀오려 했는데 내가 그럼 그렇지. 결국 오후 4시쯤 가서 세 시간 정도.. 여러 자료를 뒤적이고 붙들고 씨름하다가 90%정도 마쳐놓고 나왔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영업팀 분이 있어서 서로 깜짝 놀랐다. 노래라도 부르면서 했으면 큰일났겠다. 어디서나 입조심. 입조심.

어쩌다보니 한끼도 안 먹었고, 내친 김에 24시간 단식하고, 후배에게 전동드릴을 돌려주고, 집에 슬슬 걸어와서 씻고 잤다.



2025.06.20. 금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에 역대급으로 늦었다. 다행히 집중근무시간 전에는 갔다. 요즘 왜 이렇게 잠이 늘었는지.

점심에 대충 때우려고 요거트를 먹었는데 회사 돈으로 점심을 먹는다기에 결국 햄버거를 먹었다. 요즘 열심히 독일어 공부하고 있는 걸 팀원들에게 말해주고, 여러가지 조언도 들었다.

퇴근 후에는 닌텐도 파티에 갔다.

심즈같다.


이것도 심즈같고.


드디어 먹어본(?) 얼음 넣은 와인. 와우… 이게 무슨 맛이야.


젠가 두 번 하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나는 구경만 하고, 동생들만 왜인지 미쳐서(?) 했다. 보기만 해도 압박감이 심한데 재미있나보다. 옆에 유럽인들은 착실하게 잘 쌓는데 우리만 서로 이기고 약올리려고 무리수를 두니 모두가 구경했다.


화상 입은 뒤로 뜨거운 건 무섭지만 그래도 캠프파이어에 마시멜로우는 놓칠 수 없었다.

적당히 잘 놀고 셔틀버스 타고, 에스반 타고 돌아와 푹 잤다.


2025.06.21. 토요일
에쉬본, 맑음

꿈이 나빠서 새벽에 깨서 울었다. 핸드폰도 못 보고 그냥 멍하게 있었다.

점심쯤 xxxlutz에 가서 베드시트, 베개, 식기 등등 사는데 몇 개 사지도 않고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하나하나 비싸기는 또 얼마나 비싼지. 몇 개 사지도 않고, 그렇게 공들여 오래 골랐는데도 200유로가 넘었다. 다음달부터는 그래도 큰 지출은 없겠지.

집에 돌아오는데 에스반 타겠다고 땡볕에 30분을 걷고, 또 30분을 기다리고. 우버 탈걸 후회할 땐 이미 늦었고… 다신 미련하게 그렇게는 안 다니려한다. 차를 정말 곧 살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저렴하게 건진 베드시트와 이불커버를 세탁기에 넣고나니 은근히 뿌듯했다. 더위 먹었던 몸을 추스르고, tv와 이케아 가구를 결제했다. 아… 또 200만원이 나갔다. 저녁을 대충 먹고 독일어 인강을 세 개 들었다. 돈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학생 때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2025.06.22. 일요일
에쉬본, 맑음

더위 먹은 게 문제였을까. 새벽 네 시에 깼는데 울렁거렸다. 어제 세탁하고 밖에 걸어둔 시트를 걷어와 그 위에 누우니 햇볕에 바짝 마른 냄새가 좋고 포근했다. 좋아하는 카페가 오픈할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문 닫는 시간까지 또 잠을 잤다. 일어나서는 조금 울었다. 언젠가부터 일요일에 좋은 기억이 없고 힘들다.

그래도 잘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집을 둘러보았다. 가구도 없고 엉망이지만 그래도 처음 봤을 때부터 정이 몹시 갔던 곳이라 그런가, 좋다. 집에 있는 게. 이 더운 날에 집은 서늘하고. 창문만 열어두면 쨍쨍한 여름 햇빛을 비현실처럼 즐길 수 있다. TV가 있었다면 플스를 했을 텐데. 독일어 인강을 두 개 들었다.

오후에는 기운이 좀 나서 밖에 나가 걸었다.

달달 외운 문장으로 주문해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밀밭 근처를 걸었다. 2주만에 엄청 자랐다. 허리까지 자랐다. 더위 먹고 운동은 무리였을까. 집에 와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어지러웠다.


산책길에 보이는 문구. 누가 써놨을까. 좋은 의미로 날 초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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