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후기/야무진 유럽 체류 한국인

헝가리에서 코로나 걸려 앰뷸런스 타고 응급실행

여해® 2023. 2. 26. 00:22
728x90
반응형

 

저번 주 일요일 희미하게 코로나 키트 양성 반응이 나오고, 월요일-화요일 넘어가는 밤에 잠을 단 한숨도 못잘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히고 힘들었다. 어릴 때 천식이 있기는 했지만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차오르기 시작해서 한인회 방에 문의를 했다. 이전에 폐렴까지 훅 간 적이 있어서 걱정이 됐다.

 

 

여러 정보가 오갔는데, 

 

 

첫째, COVID 환자는 사립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음

둘째, 응급실 걸어들어가는 건 안 됨, 앰뷸런스 무조건 불러야 함

 

 

이 정도로 추려졌다.

 

 

헝가리의 병/의원은 공립, 사립으로 나뉘어 있는데 공립 병원은 의사와 직원들이 공무원이란다. 우리 헝가리인 직원이 그전에도 "공립병원은 널 죽게 놔둬" 라고 우스갯소리를 몇 번 했는데, 이게 내 경우가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무서웠다.

 

 

현지인 직원이 많이 알아봐 줬지만 사립병원은 절대 못받는다고 했고, 하는 수 없이 112 (한국의 119같은)에 전화를 하니 같은 얘길 자꾸 물어보는데, 나중에는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에서 말문이 턱 막혔다. 단어 하나 내뱉는데에도 숨이 가르릉 하면서 괴로운데 외국인이 절대 한번에 못알아들을 내 K-이름을 어찌 또 말하라는 건지. 

 

 

앰뷸런스는 40분 정도 뒤에 왔고, 혈액검사해서 산소포화도가 낮으면 바로 입원시킨다는 글을 보고 속옷, 충전기, 회사 노트북 등 바리바리 챙겨놓고 앉아있었다. 구급차 대원 한 명이 집안에 그냥 성큼성큼 들어왔고, 바닥에 널브러진 내 짐들을 그냥 툭툭 차면서 들어오는데, 기분이 나쁠 겨를도 없이 아무 설명도 없이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영어는 전혀 되지 않았고, 나도 헝가리어가 안 돼서 그냥 서로의 말을 했다. 산소를 들이마시니 좀 살 것 같았다.

 

 

앰뷸런스는 운전하면서 이미 자주 봤었고, 내부가 그렇게 처참할 줄 몰랐는데, 난 우리나라에서도 구급차는 타본적이 없어서 비교는 어렵다. 타자마자 신속항원 검사를 두 번 하고 (여기서 너무 충격이었던 건 다 쓴 면봉을 그냥............ 아무데나 두는 위생관념....) 춥고 정신없는데 계속 문열어놓고, 학원차 선생님 자리 같은데에 날 앉혀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한 군데에서는 날 깠고 (이유는 모르겠다.) 조금 더 작은 규모의 병원으로 가서, 나름의 격리실로 들어갔는데, 7080 배경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느낌의 병원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역시 항원검사를 했다. 결과는 또 음성. "너 코로나 아니야"라고 하면서 다른 병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간호사는 영어를 잘했고, 혈관을 찾으려고 하는듯 하더니 "쏘리.." 하고는 찌르는데, 정말 무슨 전기 고문 받는듯한 충격에 소리를 질렀다. 웬만하면 창피해서 소리를 안 내는데 와 정말.... 끔찍한 고통이었다. 도대체 뭐한 거야?????? 하는데 내가 모르는 영어단어를 쓴다. 

 

 

평소 일반적으로 정맥에서 혈액채취할 때랑 기구도 달랐고 찌른 건 팔꿈치 안쪽인데 찌르르한 건 손가락 마디마디 끝에 전기충격같은 게 느껴져서 처음에는 무슨 이상한 약물이라도 넣은 줄 알았다. 나중에 혹시나 해서 동맥이라고 찾아보니, artery 라고 나오는 것을 보니 간호사가 했던 그 단어랑 얼추 일치한다. 결국 동맥혈 가스 분석을 한 것인데, 산소포화도가 정상인지 본 것 같다.

 

링거는 수액만 놔주었고, 2시간 뒤에 결과가 나오니 대기하라는 말과 함께 반쯤 누운 자세로 잠깐 잠들었다. 중간에 엑스레이도 찍었다.

 

그 뒤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날 다섯시간 방치했다. 앰뷸런스 타기 전에 먹은 아세트아미노펜 약효가 다 떨어져가서 열이 다시 나기 시작했고, 간호사 부르는 벨도 없고 시장통같은 대기실에 나가 우두커니 서있으니 뭐가 문제냐며 들어와서는, 그제야 결과지를 들고 와서 모든 게 정상(?)이랜다. 열이 너무 나는데 진통제좀 놔달라고 하니 물이나 마시라고 수돗물.....을 떠주며 세 잔 마시란다. 그러고는 병원이 추워서 열이 나는 것이니 (???) 집에 가랜다.

 

친구는 이걸 듣더니 안*키의 나라냐고 하는데, 너무 웃기고도 슬펐다.

 

결국 다음날 사립 클리닉을 예약해서 내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코를 또 찔렸다, 결과는 또 음성) 항생제와 벤토린 처방을 받았다. 나는 처음 코로나 걸렸을 때에도 PCR에서나 양성 나왔지 항원검사는 아무리 해도 음성이었기 때문에, 사실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키트가 음성이 나오는 덕분에 사립 클리닉 진료를 볼 수가 있었다. 이거 음성 안 나오면 의사는 만나지도 못한다.

 

항생제 먹고, 벤토린 흡입하고, 드디어 잠 다운 잠을 자고. 이틀만에 이렇게... 앉아서 글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결론..

 

헝가리에서는 코로나 걸리면 사립병원은 갈 수 없다.

 

앰뷸런스 불러서 공립병원만 가야하고, 웬만한 중증 (합병증으로 폐렴이 온다든지 등) 아니면 아무 조치도 취해주지 않는다.

 

키트에서 음성이 나올 때까지 버텨서, 사립 병원 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애초에 안 아파야 할 듯 하다. (유럽 국가에서 왜 그렇게 코로나 사망률이 높았는지 이제야 와닿는 중...)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