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083 (20241118-20241124)
2024.11.18.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다가 흐림
너무 힘들다.
2024.11.19. 화요일
부다페스트, 비
점심에 강식당에서 허탕치고 칸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저녁에는 투란도트를 보러갔는데 지난번 아이다 보러가던 날처럼 자꾸 멀미가 났다. 다행히 보는 내내 괜찮았고, 이제는 사람 많은 데만 가면 이러는 것이.. 점점 인구밀도 낮은 곳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
내용은 알고는 있었지만 보는 내내 주인공들이 한심..해서...... 특히 마지막에 류가 죽은 마당에, 투란도트가 "그의 이름은 사랑이에요!" 이 지랄 하는 게 진정 어처구니가 없었다(동족혐오인가). 다른 관객들도 비슷한 마음인지, 남미새여도 뚝심있는 남미새였던 류가 나왔을 때 유독 박수소리가 크다고 느꼈다.
이런 하느님 석에서 봤지만 나쁘지 않았다. 박스석 시야가 좋지 않은 건 알지만 왠지 저기는 귀족자리같고 다른 덴 다 평민자리 같으니, 다음엔 꼭 박스석을 예매해보고 싶다.
2024.11.20. 수요일
부다페스트, 비
꿈에서 강아지가 죽었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꾸면서, 그 장면이 반복되었다. 나는 너무 힘든데 가족들은 점점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것이 꿈인데도 생생하게 허무했다. 꿈은 아무 의미도 없고 심지어 반대라는 말도 있다지만.. 이런 꿈은 다시 꾸고 싶지 않다.
아침에 배가 아파서 늦게 나왔다. 우산은 회사나 차로 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 하는 수 없이 맨몸으로 걷는데 중간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코트가 푹 다 젖었다. 점심은 팀원들과 함께했고 저녁에는 마사지나 받으려고 했는데 예약이 꽉 찼대서 내일로 잡았다.
저녁에 수제비를 해먹고 다같이 유튜브를 보다가 11시에 잠들었다.
2024.11.21.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부다페스트 돌아오고 나서 거의 처음, 해가 떴다. 이게 반가운 것을 보니 헝인이 다 되어가는 것일까.
저녁에 삼겹살에 김치를 구워 먹었다.
2024.11.22. 금요일
니스, 맑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새로운 임차인에게 문자가 여러 통 와있었다. 나도 세입자 신분인데 이건 정도가 심하다 싶어 답장을 했다가, 사무적이고 차갑다고 아빠한테 혼났다. 임대인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을이라는 것이다. 갑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나쁘게 마음 먹지 않기로 했다.
니스는 늦가을 날씨다. 저녁은 맛있는 곳에서 먹었다. 매우 만족스러워 별도로 포스팅.
2024.11.23. 토요일
니스, 맑음
깐느, 그라스, 구르동, 생폴드방스 등 8시간 동안 온갖 마을을 다 돌아다녔다. 알고 보니 가이드는 헝가리 사람이었고 투어를 신청한 사람도 우리밖에 없어서 정말 너무너무 잘 놀았다. 내릴 때 꼭 팁을 줘야지 생각했는데 길거리에서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짐도 급하게 챙겨 나왔다.
2024.11.24. 일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집에 와서 이모, 엄마랑 결국 대판 싸웠다. 차라리 싸우고 나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다. 셋이서 떡볶이에 튀김만두까지 야무지게 해먹고 잤다. 감기 기운이 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