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54 (20260420-20260426) 본문
2026.04.20. 월요일
에쉬본, 맑음
봄날씨가 화창하다. 스위치온도 어느덧 5일차라 가뿐하다.
회사에 가서 노트북을 보고나서야 오늘 원래 재택 신청했던 날임을 알았다. 오전 근무만 하고 점심 시간에 집에 돌아갔다. 집에 모니터도 없고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찾아대는 것보다는 집중이 훨씬 잘 된다.
옆팀 동료는 동생부터 부모님까지 다 독일로 놀러와 오래 지내다 간다고 했다. 너무 부럽다. 나에겐 그럴 수 있는 날이 없을 것 같다. 모두들 바쁘고 특히 이젠 곧 조카가 태어나니까.
다섯시까지 일하고 지난 번 Präventionskurse 등록해 놓은 곳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집앞에서 버스 타고 내리니까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돌아오는 길이 문제여서 그렇지. 생각보다 아주아주 소규모 그룹으로 겨우 세 명이었다. 그래서 개인 pt 받는 기분도 들고, 무엇보다 너무 무리하게 빡세지 않아서 오랜만에 운동 시작하는 내겐 아주 딱이다. 게다가 바로 앞에 글로부스가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장도 볼 수 있다. Alnatura 샵에서 드디어 보리를 발견했다. 잡곡 찾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집에 가는 길에 글로부스뿐만 아니라 로스만, Woolworth도 있어서 들렀다. 드디어! 드디어! 장보는 카트를 샀다. 이제 무겁게 들고다니지 않아도 된다.
2026.04.21. 화요일
에쉬본, 맑음
점심에 먹을 밥을 싸갔는데 옆팀 주재원분이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해서 식단 때문에 거절하였는데, 홀리몰리 버거에서 샐러드를 먹자고 하여 갔다. 며칠 내내 단백질 셰이크, 원물 맛에 가까운 샐러드를 먹다가 멕시칸 샐러드를 먹으니 드레싱 없이 먹어도 정말 속세의 맛이었다. 시장이 반찬일 수도 있겠지만 종종 생각날 것 같은 맛이다.
동생이랑 카톡하다가 까먹었던 피부암 검사 결과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메일을 보내니까 몇 시간 뒤 바로 전화가 왔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식이었다. 독일은 심각한 일이면 전화를 급히 걸고 소식 없으면 별일 아니라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어쨌거나 이번 일 계기로 귀찮다고 안 바르고 다니던 선크림은 열심히 바르게 되었다.
요며칠 애플워치를 차고만 다녔는데 오늘은 좀 욕심이 나서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간만에 하고 활동링을 다 채웠다. 뿌듯하고, 저녁이 우울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회사에서 화도 좀 많이 줄었다. 운동 후에 소금을 풀어 목욕을 했다. 친구랑 카톡을 하다가 5월 연휴에 같이 포르투를 가기로 했다.
2026.04.22. 수요일
에쉬본, 맑음


육아휴직중인 직원이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여 점심을 함께 먹었다. 애기도 데리고 나왔다. 애기였던 시절 기억도 안 나지만 요즘은 어린 애들 보면 나도 그런 때가 있었을까 상상해보고 또 그리워진다.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먹고 싶으면 먹고.
인기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더니, 요즘 나는 뭘 먹어도 맛있다 할 사람이긴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식전빵이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 스위치온 중이라 참았다.
저녁에도 또 귀임하는 주재원분 송별회가 있어 붐치킨에 갔다. 나는 일하다가 조금 늦게 갔는데,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양배추뿐이었지만 그것도 맛있었다. 술도 안 먹고 음식도 안 먹으면서 이렇게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살 빼서 예뻐지고 이런 건 정말 관심이 없고 그저 건강 때문에 하는 이 스위치온은.. 좋은 점이 신기하게도 건강한 음식을 자꾸 먹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물론 떡볶이나 막창, 삼겹살 생각하면 그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언제 그렇게 달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뚝 끊어지고 생각도 안 난다.
집에 돌아와 운동하고 씻고 잤다.
2026.04.23. 목요일
에쉬본, 맑음
아마존에서 시킨 후라이팬, 요리용 저울이 오는 날이었는데 그냥 정원에 던져두라는 말조차 독일어로 거의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답답하다. 도대체 이 머리로 영어를 어떻게 이만큼 했지? 영어를 어떻게 어디서부터 쌓아왔는지 까마득하게 옛날이라 기억도 안 난다. 그래서 독일어 공부가 더 하기 싫고 어렵고 자신감이 없다.
점심에 나 빼고 다들 점심 약속... 쌀국수를 먹으러 간다는둥, 김밥을 먹는다는둥 온통 부러운 소리뿐이었지만 꿋꿋하게 샐러드를 먹었다.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이 불러서 다른 생각은 안 났다.
하루종일 빈틈없이 일하다가 18시 30분쯤 퇴근했다. 두부, 새우, 버섯 구워둔 것이 다 떨어져 새로 요리를 했다. 말이 요리지 그냥 안 타게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운동을 잠깐 하고 독일어 인강도 다시 시작했다. 작심삼일까진 아니어도 요즘 자꾸 뭘 시작해도 2주 정도 깔짝거리다 마는 패턴을 보이는데,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부활절 연휴에 집에 틀어박혀 있느라 급성(?) 우울증 오는 그런 일들만 좀 막아지면 될 것 같다.
2026.04.24. 금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에 10분만 더 잔다는 것이 한시간이나 더 자버려서 지각할 뻔했다. 금요일은 왠지 나도 좀 늘어지는 기분이다.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연달아 두 번 있어서 오전은 쉬엄쉬엄 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어학원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카톡으로 문의를 해보니 안타깝게도 월/수 수업이다. 월요일 운동 끊어놓은 것만 아니면 바로 다니기 시작했을 텐데.
점심에 에쉬본 와이마트에 가서 다른 사람들은 회사 돈으로 점심을 사먹는데 나는 그냥 두부, 팽이버섯, 김을 샀다. 다이어트하면 식비가 더 많이 든다. 단백질 셰이크는 왜 그렇게 빨리 줄어드는지 벌써 동이 날 거 같아서 어제 또 주문한 참이다.
저녁 7시쯤 퇴근하는데 너무 피곤하고 졸리고 만사가 다 귀찮아서 저녁은 대충 요거트에 단백질 셰이크로 해치우고 근력운동을 잠깐만 했다. 독일어 공부를 한 시간 정도 했다.
2026.04.25. 토요일
에쉬본, 맑음
약속이 있어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나갔다. 예전에 과장님 부부 결혼 피로연을 했던 곳이다.

맛있어 보이는 게 한가득이었지만 나는 그린 어쩌고 하는 것을 시켰다. 예전에 홀리몰리버거 샐러드는 그렇게 풍부하고 맛있더니 오늘 것은 좀 실망스러웠다. 마차라떼 한 입 먹어보니 설탕이 들어있어 먹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스타벅스까지 걸어가서 코코넛 밀크로 만든 마차라떼를 먹었다. 이것도 달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실제로 코코넛 밀크에 당이 들어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슈테델 미술관에 가서 모네 특별전을 관람했다. 상설전시도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유명하다는 괴테 전신 초상은... 나는 사진으로도 본 기억이 없다. 유명하다는데 왜 나만 모를까.
미술관에서 나와 뮐러에서 생필품을, 집앞에 도착해서는 Nahkauf에서 식료품을 샀다. 원래는 샐러드만 사려고 했는데 욕심이 나서 계란, 견과류, 닭고기, 요거트를 샀다. 헝가리 있을 때는 식료품 못 사러 나갈 걱정은 없었는데 여긴 정말 다르다.
목욕을 하고 독일어 공부를 한 시간 했다. 헝가리 다녀오고 나서 확실히 자극이 된 것인지 그때 살던 패턴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
2026.04.26. 일요일
에쉬본, 맑음
날씨가 내내 화창해서 이불 빨래도 하고 싶은데 마당에 누가 차를 세워놔서 큰 건조대를 펼칠 수가 없다. 언제쯤 차를 빼려는지.
요즘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밤낮이고 쿵쿵대서 신경이 좀 곤두선다. 하지만 혼자 사는 주택도 아니고.. 집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듯싶다. 내가 걷는 소리도 아랫집엔 어떻게 들릴지 모르는 거고. 집에서 공부도 하고 이거저거 집에서 하는 게 많아져서 더 짜증이 나는 것 같다.
24시간 단식을 마치고 명란 비빔밥을 해먹었다. 한국에서 사온 곱창김을 이제 다 먹었다. 더 많이 사올걸. 시간 계산을 잘못해 저번에 못 사온 것이 한이다.

며칠 전 배송 받은 드부이에 팬을 시즈닝하기로 마음 먹고 계속 불 앞에 서있었다. 다 잘하다가 나중에 오븐에 시즈닝 한 것을 다 식지도 않았는데 손잡이에 살짝 손을 갖다댔다가 왕창 데였다. 하이라이터에서 달굴 때는 손잡이가 내내 차갑기에 안심했다가 바보짓했다. 오븐 250도에 한시간을 넣었으면서... 피부에 약간 감각이 없는데 지피티는 만만히 볼 일 아니라고 겁을 주고. 하이라이터에서 달굴 때는 손잡이가 내내 차갑기에 안심했다가 바보짓했다.
해 질 때쯤을 기다려 나가 40분 정도 산책하고 돌아왔다. 피부암 아니라지만 이젠 햇빛이 싫은 정도가 아니고 무섭다. 웬만하면 낮에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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