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51 (20260330-20260405) 본문
2026.03.30. 월요일
에쉬본, 비
평소에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첫사랑이 꿈에 나온다. 찬란했던 시절의 내가 그리워서일까. 한시간 빨라진 것도 시차적응한다고 엄청 늦게 일어났다. 써머타임 때문에 한국과 시차가 줄어든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동안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느라 힘들 것이다.
지난주에 혼자 야근한 것에 화가 풀리지 않는다. 화라기보다 실망감이다. 차라리 나 혼자였거나, 모두가 나보다 연차가 낮은 주니어급이라면 이렇게 힘이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룹장님이 같이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살려고 유럽에 온 게 아니라는 동료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영혼 놓고 독일 인강 중 제일 쉬운 챕터를 들었다. 듀오링고도 어찌어찌했다.
2026.03.31. 화요일
에쉬본, 소나기
아침에 또 늦게 일어났고 대충 걸어갔다. 고질적으로 아프던 오른쪽 바깥 종아리가 더 아프다. 몸이 점점 망가지는 게 슬프다.
오후에는 흑색종 의심되는 점 제거를 하러 가야해서 점심도 자리에서 일하며 겨우 먹었다. 끝까지 여기저기서 찾아 또 에스반을 놓칠 뻔했다.

수술은 금방 끝났고 끝나고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백화점에서 할인하는 와인을 사고, 약국에서 소독약을 사서 그냥 회사로 갔다.
수술하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나는데 팀에 주니어 한 명이 퇴근하면서, "혹시 시간 남으면 니가 내 일 대신 해줘도 돼" 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에, 어안이 벙벙해서 순간 아니 그건 네 일이야 라는 말밖에 못했다. 한마디 했어야 하는데 왜 항상 나는 뒤늦게 열받아할까.
혼자 일하고 있다가 수술하고 일하는 거냐고 옆팀 분이 챙겨줘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까.
2026.04.01. 수요일
에쉬본, 맑음
마취 풀린 후에 수술 자리가 아파서 계속 잠을 설쳤다. 수술한 부위를 하루 한 번 소독해야 하는데 하나는 등쪽에 있어서 부활절 내내 어쩔지 걱정이다.
월 마감을 시작했다.
2026.04.02. 목요일
에쉬본, 맑음
오늘까지 마감을 해야하는데 뭐가 자꾸 어그러졌다. 시스템 관련 아는 사람이 없으니 다같이 우왕좌왕 헤매고. 도대체 새로 생긴 회사처럼 왜 이러는가.
연결대상 법인에서 재고 충당이 이상하게 잡혔다. 결국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밤 10시. 그나마 오늘은 마감 때문에라도 다같이 퇴근 못하니 혼자 억울하지는 않았다. 영업팀 분은 결혼기념일이라는데 못 가고 늦게까지 있었다. 내 생각엔 백퍼센트 휴먼에러 같은데 왜인지 못 찾으니 답답하다.
2026.04.03. 금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에 잠깐 일어나 본사 답변을 보고 그룹장님과 잠깐 통화를 하고 다시 내리 잤다. 부활절 연휴인데 딱히 할 것은 없고, 수술 부위만 좀 잘 소독하고 잘 아물면 좋겠다.
엄마랑 통화를 하고 며칠 전 다운 받아둔 무인도 탈출 게임을 했다.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얼마나 열중했으면 떡볶이 끓여놓은 게 다 식고 불었다. 거의 8시간은 한 것 같다.
2026.04.04. 토요일
에쉬본, 맑음
부활절 연휴이지만 오늘은 그냥 토요일이라 신기하게도 마트가 연다. 그린마트, 리들에 들러서 장을 보아다가 삼겹살을 갈비 양념에 재워서 돼지갈비를 했다. 살짝 단맛이 부족한 듯해도 내가 만든 돼지갈비는 정말 최고다.
2026.04.05. 일요일
에쉬본, 맑음
중간에 갈비 구워먹은 것 외에는 하루종일 게임만 했다. 너무 좋으면서도, 이렇게 살아도 되나 불안하고, 뭔가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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