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48 (20260309-20260315)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148 (20260309-20260315)

여해® 2026. 3. 3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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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9. 월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맥도날드도 가고 그러려고 했지만, 눈은 다섯시부터 떠도 이상하게 몸은 안 일으켜진다. 내가 찾아본 곳 중 가장 믿음이 가던 피부과에서 마침 내일 오후 4시에 테어민 잡아줄 수 있다고 회신이 와서.. 내일 잡아둔 미팅도 미루고 급하게 내일 오후는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원래는 일주일 전에 신청해야 하지만...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 재택근무 반나절쯤은 괜찮겠지. 괜히 어디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가 싫어 다른 이유는 대지 않았다.
 
오후에 일하다가 옆팀 분 질문을 듣고, 마감에 또 뭐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제발 우리 팀 실수는 아니길 바랐는데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내 실수는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수는 없었을까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늦게까지 일하고 친한 분이 집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독일어 인강을 한시간 정도 듣고 밀린 일기를 썼다.


2026.03.10. 화요일
에쉬본, 흐림

피부과에 다녀왔다. 의사는 명쾌하고 차가운 사람이었다. 친절함보다는 확실함을 기대했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걱정돼서 풍경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더니, 오히려 절개에 조직검사 해야한다는 말엔 덤덤했다. 독일 적응력이 한 단계 올라간 기분도. 돈을 한푼도 안 내는 것이 아주 낯설었다.

와이마트가 바로 옆이어서 장을 보고 마이짜일에서 라멘도 사먹었다. 키키럭키까지 들르니까 완전 풀코스가 따로 없었다.


2026.03.11. 수요일
에쉬본, 비

운전면허도 바꾸고 영주권 시험 신청도 해야해서 오전만 일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아침부터 조금씩 오던 비가 폭우가 되어 쏟아졌다. 중간에 쇼핑몰에 들러 5유로짜리 우산을 사고, vhs에 가서 독일어 못한다는 구박에 불쌍한 척 해가며 시험등록을 하고, 근처에 도이체포스트가 있어 미루던 아멕스 카드 본인 인증도 했다.

제일 중요한 게 운전면허 신청이었는데, 헝가리 운전면허 교환 때만 생각하고 증명사진 가져갈 생각을 못했다. 사진기계도 없어 물으니 dm에 가보라며, 접수처에 있던 할머니 직원 둘이 내 생쥐꼴을 보고 쭈 푸스? 오 나인! 했다. 아까 우산 샀던 쇼핑몰에 사진 기계가 있었는데.. 결국 운전면허는 못 바꿨다.



크리프텔이 지척이라 혼자 막창 먹으러 송학에 갔다.


2026.03.12. 목요일
에쉬본, 흐림

칸틴에서 밥을 먹었다. 생각보다 요즘 샐러드 구성이 괜찮다.

다른 법인에서 염치없는 사람이 너무 성가시게 한다.

베리가 아프다고 한다. 이제 정말 한 번밖에 더 못 볼지도 모른다.



2026.03.13. 금요일
에쉬본, 비

점심에 친한 직원들과 크론베악에 갔다. 실컷 하소연과 욕을 하다보니 기분이 풀렸다. 마음을 짓누르는 소식에 비하면 회사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진다. 김치볶음밥이 맛있었다.

잡생각 지우는 데 일만한 게 없다. 베리가 보고싶어 새벽까지 기다려 영상통화를 했다. 세월이 무색하고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괴롭다. 살아볼수록 사는 게 버겁다. 믿을 수만 있다면 나도 신을 믿고 싶다.


2026.03.14. 토요일
에쉬본, 비

친구가 헝가리에서 놀러오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집을 치웠다. 공항에서 만나 같이 비스바덴에 갔다.

마침 주말 장이 열려 전기구이 통닭, 커리부어스트, 그리고 아마 올해 마지막이 될 글뤼바인을 먹었다.


저번엔 못 봤던 온천 나오는 분수도 보고, 친구를 꼬드겨서 목욕탕도 갔다. 목욕탕 나와서 카지노에 구경하러 갔는데 여기는 진짜 무슨 귀족들 모임처럼 고요하고 기계같은 게 없었다. 우리는 꿔다논 보릿자루처럼 구경하다가 조용히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스타디온 역을 앞두고 거의 40분을 정차해있었다. 나는 15분 정도까진 별말 않다가 나중엔 친구와 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에스반에서 화가 난 사람은 나와 내 친구뿐인 듯했다.

다행히 파더스에는 늦지 않게 도착해 친구의 고민 얘기를 들었다. 사십 가까운 꽉 찬 나이 어른의 고민과 에피소드는 생각보다 다채롭다.



2026.03.15. 일요일
에쉬본, 맑음

친구와 점심으로 훠궈를 먹고 공항에 바래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또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 회사에 갔다. 어차피 할 일은 늘 쌓여있으니. 이래저래 속도가 안 나 아주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밤늦게 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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